[이사람] 경기 광주 구제역 확산 막은 농촌지도사 정대이씨
“길거리 소독이 멀리서 하는 수비라면, 농장 안팎에서 하는 소독은 압박수비라고 할 수 있지요.”
최근 구제역 재앙 속에서 경기도 광주시로의 전염을 막는 데 큰몫을 해 ‘정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은 농촌지도사 정대이(39·사진·광주시 농업기술센터 )씨는 4일
구제역 방역 작업을 축구경기 수비 작전에 빗대며, 구제역 차단 실패 이유를 “최종 감염경로에 대한 대책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광주시는 구제역 창궐로 축산업이 초토화된 이천시와 여주·양평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지만, 정씨가 개발한 ‘구연산·유산균 복합제’ 덕분에
단 한 마리의 가축도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정씨는 1996년 수의사로는 매우 드물게 농촌지도사 길을 택했다. ‘동물병원을 차리면 돈을 잘 벌지 않겠느냐’는 권유도 많았지만, 가축 질병을 농촌 현장에서 연구하겠다는 마음이 더 컸다.
약품 등 화학적 방법으로 가축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참혹한 결과를 몰고오는 가축 돌림병을 친환경 농업을 통해 막아보겠다는 꿈도 한몫했다.
이후 그는 광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발효사료를 개발하는 등 꾸준한 연구를 해왔다.
특히 지난해 5월 인천 강화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본격적으로 ‘방역 연구’에 들어가, 지난 1월 축산용 생균제(유산균) 조성물인 ‘
구제역 제로’(가칭) 제조방법 특허를 출원했다. 정씨는 “‘구제역 제로’는 수소이온농도(pH) 4 수준의 강산성이어서, pH6 미만에선 사멸하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죽일 뿐 아니라 가축의 면역력도 높여 바이러스 침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구연산·유산균 복합제를 200배 분량의 물로 희석해, 사료에는 안개 분무하는 방식으로 쓰고 가축에게는 마시게 하는 한편,
축사 내부 소독에도 쓴다”며 “김치를 먹는 한국인이 건강하듯, 생균제를 먹는 가축도 건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축 전염병 방역 시스템을 소독과 매몰 등에 집중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요구르트, 청국장, 술 등을 발효시키는
미생물을 축산 농가들에 권장해 친환경 축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